일반 | [이덕일 사랑] 태종과 외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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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6년 2월 18일에서
[이덕일 사랑] 태종과 외척들
국왕이나 왕세자의 장인을 ‘국구(國舅)’라고 하는데, 동반(東班) 정1품에 제수되는 척리(戚里)이
다. 왕의 외척(外戚)을 척리라고 부르는 이유는 한(漢)나라 때 장안(長安·서안)의 척리라는 마을에
임금의 인척(姻戚)들이 살았던 데서 기인한다.
조선의 척리는 품계는 높아도 정사(政事)에는 참여할 수 없었는데, 이런 원칙을 만든 임금이 태종
이었다. 태종이 부인인 원경왕후 민씨의 친동기 넷을 사형시킨 사건은 유명하다. 민무구·무질은 어
린 세자(양녕대군)를 끼고 권력을 잡으려 했다는 ‘협유집권(挾幼執權)’ 혐의로 처형했고, 무휼과 무
회도 그 연장선상에서 제거한 것이다.
태종은 상왕 시절 세종의 장인 심온(沈溫)도 제거했다. 영의정 심온이 사은사(謝恩使)로 명나라에
갈 때 전별하는 거마(車馬)가 장안을 뒤덮었다는 보고를 듣고 자신의 사후 세종의 왕권 강화를 위
해 제거한 것이다. 심온의 동생인 총제(總制) 심정이 상왕 경호 문제를 언급한 것을 역모로 몰아 죽
이고 심온까지 연루시킨 것이다.이 비정한 외척 제거에 대해 이익(李瀷)이 ‘성호사설’인사문에서
“민(閔)씨·심(沈)씨 두 집안이 함께 흉화(凶禍)를 당하게 되었으니, 대개 먼 장래를 생각함이 매우
깊었던 것이다”라고 긍정했듯이 역사의 평가는 냉혹한 것이다.
이덕일·역사평론가 newhis19@hanmail.net
입력 : 2006.02.17 18:51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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