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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소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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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더브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2-23 21:16 조회1,027회 댓글0건

본문

어릴 때 강원도 원주에서 살았다.

어머니는 늘 얘야 저녁 먹고 금방 자면 소가 된단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저녁을 먹자마자 졸릴 때도 참아야만 했다. 감히 엄마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삼학년 여름 방학 때의 일이다. 무척이나 피곤했던 모양

으로 먹자마자 금방 떨어진 것이다.

다음날 일어났을 때, “아차!”

전날 저녁 먹자마자 잠이 든 것이 생각났다.

나는 유리 가게 아들(아버지가 건물 유리를 끼우러 다니셨지만 거울도 팔았다)

임에도 불구하고 방의 거울은 물론 가게의 거울도 무서워서 그냥 밖으로 나갔다.

그때 원주에서는 거울이라 하지 않고 채경이라고 한 기억이 난다.

밖에 나가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소는 다리가 넷인데 나는 여전히 두 다리로

걸었다. 혹시나 하는 불안한 생각(엄마 말이 사실이 아니다)이 들긴 했지만 감히

엄마를 의심 할 수는 없었다. 천하의 불효자식도 아닌데. 나는 적어도 얼굴은

소일 거라고 생각하고 괜시리 고개를 떨구고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내 입에서 나올 소리라곤 음메 밖에 없으니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가서 다시 저녁 때가 되었다.

불안 초조 긴장 때문에 점심은

걸러도 아무렇지도 않았으나 저녁은 달랐다.

배가 고팠다. 참을 수가 없어 집으로 갔다.

아뿔싸! 그만 실수로 방의 거울을 보고 말았다.

어린 소도 황소도 암소도 없었다!

아니 이럴 수가?

우리 엄마 말은 이제까지 틀린 적이 없는데 이상하다. 거울 안에 소가 비쳐야

하는데...

소 눈에는 소도 사람처럼 보이나?

참으로 황당하였다.

그때 비로소 우리 엄마는 ()이 아니라 인간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당장 받아들이기는 너무 힘들었다. 엄마는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나에게는 신이었던

것이다.

엄마는 어린 아들이 여러모로 잘못되지 않도록 때로는 과장도 사실이 아닌 얘기도

할 수 있거늘 그때는 왜 몰랐을까?

내 생각은 이랬다. 세상에 엄마가! 믿을 x이 없다더니!

늘 그리운 내 엄마. 우리 어머니는 1988년 환갑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하늘로

올라가셨다. 결론은 불효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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