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자수
  • 오늘136
  • 어제1,165
  • 최대1,363
  • 전체 308,335

자유게시판

의견 | 한문(漢文)과 문맥(文脈)

페이지 정보

no_profile 더브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1-16 13:31 조회1,432회 댓글8건

본문





한자는 중국의 고전 글자이고 한문은 한자로 쓴 글을 의미한다. 한자는 하나하나의 글자가 매우 많은 뜻을 갖는 경우가 보통이므로 한문은 일상생활의 상식적인 논리와 또는 그 글이 씌여진 시대와 상황에 비추어 해석해야 한다. 이는 모든 외국어로 된 글에도 해당한다.

 


2018년 반남박씨 대종중 발간 潘陽二先生遺稿(반양이선생유고)의 처음에 나오는 시가 반남박씨 5세 문정공 상충尙衷) 선조님의 칠언율시(7자가 하나의 줄, 8줄로된 한시) 상승 경효왕 만장(上昇敬孝王挽章-승하하신 경효왕에게 바치는만장이다. 경효왕은 고려 31대 공민왕(恭愍王 1330-1374 재위: 1351~1374)은 이고 挽章(만장)이란 죽은 이를 애도하여 지은 글을 천이나 종이에 적어

()처럼 만든 것 또는 그 글을 말한다.

 


다음은 그 한시와 해석이다. 대종중과 고 양주동 박사(1903-7977)의 것이다.

대종중

龍潛燕邸萃人心(룡잠연저췌인심): 즉위하시기 전 연경(燕京) 저택에 민심이 모이더니,

初政仁聲冠古今(초정인성관고금): 첫 정사에 어질다는 소문이 고금에 으뜸이셨네.

洪範經筵聞至論(홍범경연문지론): 경연에선 홍범편(洪範編)의 지론을 들으셨고,

朱絃淸廟聽遺音(주현청묘청유음): 종묘에선 붉은 현의 거문고 소리를 들으셨네.

양주동 박사

연저에 용잠하실 때부터 인심 쏠려

첫 정사 어진 명성이 고금에 뛰어나셨네

경연에서 홍범편의 지론을 듣자왔고

종묘의 주현은 끼친 음악을 듣자오네

 


(): 어귀나 단어 풀이

용잠연저: 용은 왕이요, 잠은 잠입에서 보듯 몰래’, 또는 잠잠, 잠수에서 보듯 숨어 있다’,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를 나타낸다. 연저는 원나라의 수도 연경(지금의 북경)에 있는 저택을 말한다. 고려의 왕은 25대 충렬왕 때부터 세자 시절에는 연경에 볼모로 살아야 했다. 왕이 되기 전 원나라 수도 연경(북경)의 저택(거처)을 말한다.

췌인심: 뽑아서 모으다의 뜻을 가진 발췌에서 보듯 췌인심 하면 인심(민심)을 모으다, 또는 인심이 모이다가 된다.

인성: 어질다(인자하다)는 소리

관고금: 관은 머리에 쓰는 것이므로 관고금하면 고금에 으뜸이다의 뜻이 된다.

홍범은 큰 규범(원칙)의 뜻으로 홍범구주(洪範九疇)의 준말인데 고대 중국의 우()임금의 9대 정치 도덕을 말한다.

주현: 말 그대로 하면 붉은 줄이다. 종묘에서 제사 지낼 때 쓰는 거문고 또는 비파나 그 줄을 말하는데 줄이 붉은색이다.

주현청묘청유음: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청묘를 푸른 종묘라고 번역하면 어색하고 뒤의 청을 동사적으로 해석하면 종묘에서 청아하게 나는(청음으로 연주하는) 유음을 듣는다또는 형용사로 종묘에서 거문고나 비파의 청음으로 듣는 왕의 업적(유음)”으로 보아 이를 우리말의 문법에 맞도록 해석해야 할 것이다.

유음은 아래에서 보듯이 왕이 남긴 업적을 악기에 의한 소리(음악)으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말 해석에 다소의 의문이 일어 대종중 발간 반양이선생 유고 및 한국고전번역원의 해석과 함께 단편적인 졸견(拙見)을 제시한다. 모름지기 한시를 비롯한 모든 외국어로 된 글의 해석은 상식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하며 때로는 그 시대와 상황적 배경을 연구하여 숙지해야 하는 노력이 따른다. 본 고에서는 의상 처음 네 줄만 다룬다.

문제가 될 만한 대목은 세 번째 줄이다.

朱絃淸廟聽遺音(주현청묘청유음)

주현이란 거문고나 비파의 붉은 줄을 의미하는데 줄이 25개 있고 중간 13번 째 줄상하로 위의 12줄은 청음 아래의 12줄은 탁음을 내는 것으로 실제로 탁음은 쓰이지 않는다. 궁중의 제례 음악에서는 왕의 승하(사망)와 같은 일이 있을 때 음악을 연주하여 그 생전의 업적을 기렸다고 한다 . 따라서 여기서 유음은 승하한 왕이 남긴() 업적을 음악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에 대한 기존의 번역은 이렇다.

종묘의 주현은 끼친 음악을 듣자오네

- 1968년 한국고전번역연구원; 번역자는 국문학자이자 영문학자인 고 양주동 박사)

종묘에서 붉은 현의 거문고 소리를 들으셨네

- 2018년 반남박씨 대종중 발간 潘陽二先生遺稿(반양이선생유고)

양주동 박사의 끼친 음악끼치다-어떤 영향을 후세에 미치다에 비치어 해석을 한다 해도 선대의 음악가가 후대의 음악에 미친 영향이 된다. 또한 끼친 음악은 공인된 용어가 아니다.

양주동 박사의 듣자오네는 들으려고 온다의 뜻이 아니라 듣네에 대한 경어이다. 분부 받자와분부 받자옵고와 같은 것이다. 마치 주현이 듣는다고 하니 문맥에 어긋난다. 뒤의 청을 직역하면 거문고(또는 비파)가 청음으로 종묘에서 연주되는 유음을 듣다또는 형용사로 청음으로 종묘에서 (거문고 또는 비파로 그 연주를) 듣는공민왕의 유음이 될 터이다. 음을 듣는 주체는 사람(신하, 신하들)이어야 한다.

종묘에선 그 크신 업적 거문고 타고 청아하게 흐르네또는 이와 비슷하게 해석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감히 의견을 낸다.

댓글목록

더브러님의 댓글

profile_image no_profile 더브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소 장황하여 죄송합니다. 선조들의 책을 읽기 위해 다시 한문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선학 제현의 가르침을 받고자 외람되이 올렸습니다. 많은 지도와 편달을 바랍니다.

宗緖(懦軒公后人)님의 댓글

profile_image no_profile 宗緖(懦軒公后人)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한문 공부를 시작하는 초급자 인지라 언급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으나, 아무도 호응하지
않아 더브러님 글이 민망하기에,  조심스레 댓글 달아 봅니다.

[朱絃淸廟聽遺音]의 문장 구조는 [洪範經筵聞至論]과 같습니다.
보어+술어+목적어 구조이며, 두 글자+두 글자+세 글자로 풀어야 합니다.
"맑고 깨끗한 종묘에서, 종묘제례악을 통해 선왕들의 남긴 소리를 들으셨네" 라고 해석하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경연에서 홍범편의 지론을 들었던 사람도 경효왕이고, 종묘에서 조상의 遺音을 들은
사람도 경효왕인 것입니다.
'朱絃'은 종묘제례악을 연주하는 악기 중 하나인 '瑟'의 25줄이 모두 붉은색인 것에서 나온 말로
'朱絃'이란 종묘제례악을 말하며,
'淸廟'는 맑고 깨끗한 종묘, 엄숙 청정한 조상의 영전을 말하고,
'遺音'은 남겨진 소문으로 여기서는 선왕들이 남긴 소리(音樂)를 뜻한다.

[朱絃淸廟聽遺音]에서 '朱絃' '淸廟' '遺音'은 4서5경 중의 하나인 '禮記' 중 '樂記' 편에 나오는
대목에서 인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淸廟之瑟朱絃而疏越(청묘지슬주현이소활)
  : 깨끗한 종묘의 슬(거문고)은 붉은 줄로 되어있고, 바닥에 큰 구멍이 있으며,
壹倡而三歎(일창이삼탄) : 한 사람이 선창하면 세 사람이 따라 부르는 데에는,
有遺音者矣(유유음자의) : 다하지 못한 남겨진 말이 있는 것이다.
- 종묘의 제례에는 淸廟의 시를 노래한다. 이에 반주되는 瑟은 붉은 줄인 朱絃으로 만들었다.
  瑟의 밑바닥에는 큰 구멍이 있어서 그 소리를 완만하게 하여 소통하게 하였다.
  한 사람이 선창하면 세 사람이 따라 부르는 것은, 그것이 고대 선왕들이 남긴 음악이기 때문이다.
 (해석하는 사람들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음)

더브러님의 댓글

profile_image no_profile 더브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종서님의 말씀을 들으니 이해가 됩니다. 어떤 기승전결이랄까 앞 뒤의 구절이 어떤 맥이
닿아야 하는데 경효왕께서 어진 정사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 경연에서 홍범구주의 지론을
들으셨던 것과 종묘제례악을 통해서 선왕들의 업적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을 못한
것이 저의 잘못입니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묻고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kraphs8님의 댓글

profile_image no_profile 4kraphs8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냥 참고용으로 올립니다.

朱絃淸廟聽遺音 (주어는 경효왕, 술어동사는 聽(듣다))

朱絃(朱弦):
① 삶은 명주실로 만든 금(琴)의 줄.
② 금(琴)과 슬(瑟) 따위의 현악기를 두루 이르는 말.

淸廟:
① 시경(詩經) 주송(周頌)의 편명(篇名). 문왕(文王)의 덕을 칭송한 노래이다. 또는 제왕이 선왕(先王)을 제사하는 묘제(廟祭)에 연주하는 악장(樂章)을 이르기도 한다.
② 태묘(太廟). 제왕의 종묘(宗廟).
③ 별 이름. 영실(營室)의 다른 이름.

遺音:
① 소리를 남김.
② 남아 있는 소리.
③ 가시지 않는 여운. 음악이나 시가 따위가 매우 아름다움을 형용한다.
④ 전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음악.
⑤ 슬픈 소리.
⑥ 죽은 사람이 생전에 한 말.
⑦ 기별을 남김. 소식을 전함.

더브러님의 댓글

profile_image no_profile 더브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생각하는 바는 좀 다를 것 같아 양해를 구합니다. 어떤 글이 보편 타당성이 있게 이해되려면
즉 다시 말해서 그 분야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이 읽어도 이해가 될 수 있으려면 문맥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무슨 청묘니 하는 것들은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초정인에 초점을 맞추어 민심을 모을 줄 알았고(백성의 요구가 무엇이 지 알았고),  좋은 정치에 대해서 경연이나 제례음악을 통해서 들었기(배웠기)에 어진 정치를 할 수 있었다는 정도로 이해하도록 번역이나 풀이를 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아는 단어 위주로 논리적으로 해석하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
예를 들어 영어 소설을 읽는 경우 자기가 일고 이해하면 되는데 남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별 중요하지도 않은 것까지 알아야 하겠지요.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글을 읽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특히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자든 영어든 일본어든 러시어든 어떻게 단어를 다 알 수 있겠습니까? 고사성어와 같은 배경지식은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알면서도 모르는 체 골자만 해석하는 것이 진짜 많이 아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잘못하면 쉬운 얘기를 괜히 어렵게 하는 경우는 없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외국어로 된 글을 읽을 때 모르는 글귀나 단어가 나오면  설사 전문가라 할지라도 때로는 아는 단어 위주로 모르는 단어를 상식(논리)에 맟추어 나가면 난해한 글이라도 그 요점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독자가 전문가면 모르겠으되 전문가가 아닐 때는 큰 맥락만 해석하면 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4kraphs8님의 댓글

profile_image no_profile 4kraphs8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Re》더브러 님 ,
무슨 말씀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다만 번역(해석)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원작의 본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함. 원작자의 사상, 어휘, 스타일(문체), 시대적 배경 등등에 걸쳐 가능한 데까지 조사ㆍ연구하여 원작의 의도를 파악함.

2. 어떤 어휘나 문체를 사용하여 옮길 것인지 결정.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등등을 고려하여 대상에 맞는 어휘와 문체를 사용해야 번역(해석)을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임.

1을 아무리 잘 해도 2가 신통치 못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면, 옛날 서당식 한문 공부를 통해 한학자가 된 분들의 번역(해석)을 보면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끔 농담 삼아 하는 말이지만, "번역(해석)이 원문보다 더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분들은 한학에 대해 깊은 조예를 갖고 계시겠지만, 번역 표현이 서툴러 이해할 수 없는 번역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2가 아무리 훌륭해도(즉 표현이 이해하기 쉬워도) 1을 소홀히 하면 원작의 의도와 다른 엉뚱한 의미로 제3자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역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이겠지요. 우리가 이른바 "오역"이라고 하는 예들이 대체로 이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오해하실까봐 드리는 말씀: 저는 한문을 잘 모릅니다. 한문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도 없고요. 그래서 어쩌다 한문과 관련되는 문제가 나오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자전(字典)을 비롯하여 참고 자료들을 뒤지게 됩니다. 때로는 전문가에게 직접 문의도 드려보고요. 위의 댓글에 올려 놓은 것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얻은 결과입니다. 글자 그대로 "그냥 참고용"으로 올려 놓은 것일 뿐입니다.

더브러님의 댓글

profile_image no_profile 더브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잘 알겠습니다. 훌륭하신 의견 두고 두고 명심하겠습니다. 보통 사람(비전문가)을 대상으로
하는 한시의 해석이라면 배경 즉 상승경효왕 만장 같은 경우 작자 이신 문정공께서 경효왕(공민왕)의 승하에 대해 그 생전 특히 즉위 초의 어진 정치를 생각하시고 그 어진 정치를 하게 된 원인
을 역자가 말해주면 이해가 쉽고 빠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뒤의 네 줄은 왕이 돌아가신 후의 고려의 앞날이 어둡다-공민왕의 그 어진 정치를 다시는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즉 공민왕이 그만큼 아까운 분이라는 말이 되겠지요. 아닌게 아니라 고려는 곧 멸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역자나 편자가 시대적 배경이나 상황을 알려주면 독자가 설사 우리말 번역이  현학적이거나 산만하고 난삽하더라도 나름대로 인과관계나 기승전결을 생각하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의견 주심에 대해 거듭 감사드립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