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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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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모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6-03-28 13:54 조회1,9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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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시청하다 보면 가끔 민망스러운 말을 들을 때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듣기 거북한 것은 결혼한 여성이 그 자리에 없는 자기의 남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꼬박 꼬박 "이렇게 하시고, 저렇게 하시고"를 연발하는 것이다. 딴에는 교양 있어 보이게 하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평소 가정내에서는 그러지 않던 분들이 대중 앞에만 나서면 남편에 대해 "하시고"를 사용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결혼한 남성이 대중 앞에서 아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하시고"를 입에 담는 사람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여성들은 그럴까? 추측컨대, 남편을 존중하고 존대하는 것이 옛날 사대부 집안의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남편에 대해 "하시고"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마치 양반의 후예요 "뼈대" 있는 집안의 출신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부부 사이에 존댓말을 쓰는 것은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기는 하나 지역과 가문, 또는 시대에 따라 변해서 오늘날에는 획일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간단하게 단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물론 오늘날 부부 사이에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을 굳이 권장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되나 그렇다고 나쁘게 생각할 것도 없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부부 사이가 아니라 타인을 대상으로 한 자리에서 (그 자리에 없는) 남편에 대해 "하시고"체를 사용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우선, 남녀/여남 평등사상에 위배된다. 남성은 그러지 않는데 왜 여성만 자기 배우자(남편)에 대해 존댓말을 써야 하는가? 이것은 결코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둘째,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상황에서 남편에 대해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은 그 불특정 다수를 깔보는(낮추어 보는) 행위이다. 물론 여성이 제삼자에게 남편에 대해 존댓말을 사용해야 할 경우가 있기는 하다. 가령 아들이 어머니에게 아버지에 대한 것을 질문했을 때 어머니는 아들에게 답하면서 아버지(즉 남편)에 대해 존댓말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대화의 상대가 아들과 같은 아랫사람이 아니라 윗사람 또는 불특정 다수(일반 대중)일 경우에는 남편에 대해 존댓말을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압존법(壓尊法)을 모른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전혀 가르치지 않으니 모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압존이란, 말하는 이보다는 윗사람이지만 말을 듣는 이보다 아랫사람인 주체에 대해 그 높임의 정도를 낮추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손자가 할아버지 앞에서, "할아버지, 아버님께서 방금 오셨습니다"라고 하지 않고, "할아버지, 아버지가 방금 왔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승지가 임금에게 보고하면서 "전하, 영상합하께서 옥체 미령하여 금일 조회에 나오지 못하셨나이다"라고 했다면 어떻게 될까를! (아마 임금을 능멸한 대역 죄인으로 참수될 지경에 이르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부 사이에서는 서로 존댓말을 해도 좋으나, 타인들, 특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TV 등에서 배우자에 대해 "하시고 어쩌고..."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결코 사대부의 말씨도, 양반의 말씨도 아니며 교양있는 말씨도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오히려 듣는 이에게 심히 불쾌한 감정을 유발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모욕감을 느끼게까지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반남박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점에 대해 젊은 세대들의 교육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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