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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모른다 한탄말고 우리말 쓰기 더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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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우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6-03-28 13:21 조회1,9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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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를 읽고>
한자 모른다 한탄말고 우리말 쓰기 더 노력을

지난 14일자 ‘포럼’에 게재된 ‘漢子盲 방치해서는 안 된다’를 읽었다. 글의 내용은 대학 신입생 80%가 부모 함자를 한자로 적지 못한다는 현실 등을 한탄하고 있다.

먼저 중국여행 중에 복통(腹痛) 소화불량(消化不良)이라고 써서 중국인 약사에게 건넜더니 약을 처방해 주더라는 얘기는 현지인에게 현지의 말을 썼으니 당연히 통할 것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어떤 사정을 한글로 써주면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다 통한다. 도쿄의 한 고교에 유학한 학생의 일본어 점수가 일본학생보다도 더 높게 나왔다고 해서 그것이 한자를 배워야 한다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국어점수가 누구든지 외국인보다 꼭 높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거꾸로 생각하면 일본인도 한자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 소대장이 베트남인 촌장과 한자로 필담을 나눠 미군기의 공습을 피하게 해주었다는 얘기는 두 사람이 모두 한자를 알고 있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것이 한자를 배워야 한다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두 사람이 한글을 알고 있거나 베트남 글을 알고 있어도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는 베트남에서도 한자를 아는 세대는 별로 없다. 영어나 새로운 한류로 한글을 아는 베트남인이 나오기 때문에 다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한자보다는 영어나 한글이 더 위력을 떨칠 것이다. 이제 한자는 지나간 시대의 문화코드였지 더 이상 동아시아의 문화코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어휘 분석 결과 50~60% 이상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자를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 한자어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있기 때문이다. 한자말 대신 우리말을 쓰면 되는 것이다. 우리말이 있는데도 유식함을 자랑하기 위하여 일부러 한자말을 쓰는 것이 우리나라 지식인의 행태다. 한자병용을 주장하기 전에 우리말을 쓰는 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아는 사람도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가 쓰는 한자를 중국인이 알아보지 못하는 경험을 많이 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복잡한 획을 줄여 간자라는 것을 만들어 쓰기 때문에 우리가 쓰는 글자와 다르다. ‘腹痛’ 같은 한자를 알아보는 사람은 이제 노인들밖에 없다. 우리는 중국의 간자를 모르고, 중국인은 우리가 쓰는 고전 한자를 모른다. 글쓴이는 옛날의 일을 마치 오늘의 일처럼 말하고 있다. 시대가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한자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한자검정시험에 많이 응시하는 이유는 한자를 배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한자실력을 요구하는 기업체 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그러잖아도 학업 부담이 많은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을 주는 것이다. 기업체가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한자를 배우는 것보다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더 낫다. 중국과의 교역을 하는 데 도움을 얻으려면 한자를 많이 아는 사람보다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백번 더 나음을 왜 모르는가? 더구나 지금은 컴퓨터 시대다. 정보화시대에는 속도가 무기다. 한자를 컴퓨터로 치는 시간은 우리 한글을 컴퓨터로 치는 것보다 대략 7배가 더 든다고 한다. 한자는 한글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한자는 필요한 사람만 배우면 되지 옛날처럼 모든 사람이 한자를 배울 필요는 없다. 신세대가 한자를 모른 것은 당연한 것이고 앞으로도 배울 필요가 없다. 부모 함자를 쓸 줄 알아서 무엇에 쓰겠는가? 한자를 무조건 배우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말 속에 남아 있는 한자말을 속히 순 우리말로 바꿔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나라의 국어교수나 국어학자가 할 일이다.
[[이강규 · 서울 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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