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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관리자"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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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박승혁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2-04-23 17:41 조회3,6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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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만춘 위원)님께 드리는 이야기 몇 자락:

I.
40여 년 전, 어느 인문계 고등학교에 부임하여 2학년 영어 시간에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느닷없이 어떤 녀석이 "선생님, 멍게를 영어로 뭐라고 합니까?"라는 질문이 들어 왔습니다. 순간 매우 당황했지요. 전혀 예상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 그 당시 멍게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몰랐으니 20대 중반의 어린(?) 교사로서 정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답을 하지 않고 그냥 수업을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쩔 수 없이 "갑자기 질문을 받아 생각이 안 나네. 다음 시간에 가르쳐 주겠다."라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 기억이 있습니다.

II.
이런 일도 자주 겪습니다. 교수들이 모이는 학회에 가서 논문을 발표하는 자리. 20분 정도 논문 발표가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질의가 들어옵니다. 그런 질의/질문들 중에는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심지어 상대방을 바보 취급하는 듯한 질문도 더러 있지요. 그렇지만 어쩝니까? 내가 발표장에 서 있으니 별 수 없이 답을 해야 할 입장이지요. 때로는, "그 부분은 미처 생각을 못해봤습니다. 좀 더 연구해 보겠습니다."라고 답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지요.

III.
국회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요. 국회의원들이 장ㆍ차관들 불러 놓고 온갖 질문을 퍼 붓는 광경 보셨지요? 어떤 느낌이 드셨습니까? 때로는 제가 듣기에도 민망하고 거북한 질문들이 쏟아지더군요. 심지어 인신공격성 질문(?)도 있고요. 장ㆍ차관들 입장에서는 정말 기막히고, 때로는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할 수 있습니까? 속으로는 더럽고 치사스럽고 아니꼽더라도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만춘 위원님, 이곳에 올라오는 질문이나 의견은 만춘 위원님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영어 선생에게 수학 질문을 하거나, 물리학자에게 문학 질문을 하거나, 국무위원에게 국정과 관련 없는 엉뚱한 질의를 한다면 질문을 받은 쪽에서 "묵묵부답"한다고 해서 아무도 나무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하는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질문이라면, 회피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적어도 그 자리에 있는 한,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리 더럽고 치사스럽고 아니꼬운 질문이라 하더라도, 또는 겸손함과 진정성이 의심되는 질문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한, 답변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만춘 위원님의 어렵고 힘든 상황, 십분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알아주는 사람 없고 욕만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억울하기도 하고 화도 나실 것입니다.

저도 가끔 대종중 게시판에 이런저런 질문을 올리기도 하고 의견도 올립니다만 그것은 만춘 위원님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제 생각은 아주 단순합니다. <내용과 형식이 반듯한 세보>를 갖고 싶은 마음,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닙니다. 혹시라도 제가 올린 질문이나 의견이 만춘  위원님을 힘들게 했다면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래도 모두가 잘해보겠다는 뜻이라고 생각하시고 끝까지 힘 내셔서 <내용과 형식이 반듯한 세보> 만들기에 진력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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