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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님 거기서도 웃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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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관리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2-01-09 08:41 조회4,4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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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님, 거기서도 웃고 계신가요

[중앙일보] 입력 2012.01.09 00:00 / 수정 2012.01.09 00:14

1주기 맞아 소설 전집-작품집 출간 잇따라

생전의 박완서 선생이 딸 호원숙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수필가인 호씨는 “어머니는 삶 그 자체가 문학이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지난해 1월 22일, 소설가 박완서(1931~2011) 선생이 타계했다. 장례식장은 고요했다. 다만 한 무리의 수녀들이 연도(煉禱·위령기도)를 이어갔다. 생전 선생의 목소리처럼 얌전한 기도 소리였다. 선생의 임종을 볼 순 없었지만, 어쩐지 깃털처럼 가벼운 마지막이었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서울 하늘에선 눈이 쏟아졌다. 깃털 같은 눈이 장례식장 둘레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22일이면 박완서 선생이 이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다. 그의 육신은 경기도 용인시 천주교 공원묘지에 가지런히 잠들어 있다. 하지만 선생은 한국 문단의 한 가운데 또렷이 깨어있기도 하다. 그의 사후 1년간 남겨진 이들은 박완서 문학을 새기고 매만지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25일께 세계사에서 나오는 ‘박완서 소설 전집’이다. 이 전집은 죽은 자와 산 자의 협작품이다. 생전 박완서는 이 전집의 교정까지 손수 맡았었다. 그러니까 전집은 박완서 사후에 기획된 기념집이 아니다. 박완서의 손길이 직접 닿은 생생한 작품집이다.

 선생이 담낭암으로 갑자기 숨지면서, 그의 큰딸인 수필가 호원숙(58)씨가 교정 작업을 이어받았을 뿐이다. 일부 책은 둘로 나누어 재편집하고, 장편 『아주 오래된 농담』과 『그 남자네 집』을 추가하면서 원래 17권이었던 전집이 22권으로 늘어났다.

 등단작인 『나목』도 특별판으로 재출간된다. 『나목』은 박완서 문학의 출발점이다. 박완서는 1970년 여성동아 장편 공모에 『나목』으로 당선돼 등단했다. 마흔 살에 소설을 시작한 늦깎이였지만, 평단과 대중을 함께 끌어안은 드문 작가였다. 그런 박완서 문학의 원형(原型)이 『나목』에 들어있다.

 『나목』은 원래 여성동아 별책부록으로 세상에 나왔다. 76년 열화당이 이를 정식 소설책으로 출간했다. 열화당은 선생의 1주기를 맞아 36년 만에 『나목』특별판을 펴낸다. 이달 말께 출판되는 특별판은 초판본의 활자체와 편집을 새로 다듬었다. 또 『나목』과 관련한 박완서의 산문과 딸 호원숙씨의 특별 기고문 등도 수록됐다.

  근작을 묶은 작품집도 다음 주께 출간될 예정이다. 문학동네가 작가의 최근 단편을 묶은 작품집을 내놓는다. 이 책에는 자전소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2010)와 ‘친절한 복희씨’(2007) 등이 수록됐다.

 이달 말에는 박완서의 생생한 육성을 담은 책도 나온다. 국립예술자료원 구술총서 『예술인·生』의 박완서 편이다. 2008년 선생이 자신의 문학 세계에 대해 증언한 것을 글로 옮겼다.

 박완서 선생의 1주기 행사는 가족 중심으로 소박하게 치러진다. 21일 오후 6시 선생의 자택이 있는 경기 구리시 아치울 마을에서 추모 미사와 제사를 올린다. 기일인 22일 오전 11시에는 선생이 잠든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를 찾아 고인을 기릴 예정이다.

 박완서는 모성(母性)의 문학가였다. 전쟁통에 오빠를 잃고, 훗날 막내 외아들까지 먼저 보낸 그의 개인사가 모성의 문학을 끌어냈다. 모성은 분명 박완서 문학을 떠받친 기둥이었지만, 그 자신 모성을 몹시도 그리워하기도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

 ‘이 나이에, 머지않아 증손자 볼 나이에도 지치거나 상처받아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이불 속에서 몸을 태아처럼 작고 불쌍하게 오그리고 엄마, 엄마 나 좀 어떻게 해달라고 서럽고도 서럽게 엄마를 찾아 훌쩍인다면 누가 믿을까.’

 그는 죽어서 엄마를 만났을까. 한국 문학의 어머니를 잃어버린 지난 1년간, 우리 문단은 내내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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