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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해상일기(海上日記)' 부미 전권대사 박정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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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박태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1-12-02 07:34 조회4,034회 댓글0건

본문

해상일기초 [ 海上日記草 ]

1887년 주미공사 박정양이 미국에 파견되었을 때 쓴 여행일기.

1887년(고종 24) 주미공사(駐美公使) 박정양(朴定陽)이 미국에 파견되었을 때 쓴 여행일기. 국왕에게 보고하기 위한 공식기록으로 음력 10월 20일 일본에 머무른 때부터 11월 15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때까지의 상황이 기록되어 있다. 일본 요코하마[橫濱(횡빈)]의 전경, 항해 거리, 크리스마스 전야의 모습 등과 배안의 전염병환자로 미국 입상륙을 허락받지 못한 상황이 나열되어 있다. 끝에 한글편지가 첨부되어 있다. 1책. 필사본. 규장각도서.









해상일기

10월(정해년)

20일 맑음. 그대로 요코하마에 머물면서 일본 우선(郵船) 편으로 전하께 봉서(封書)와 일기를 송부하였다. 요코하마에 주재한 미국영사 제라드 씨가 찾아와서 만나보았다.

오시(午時)에 미국영사관에서 마차를 보내고 유람을 하라고 하기에 바로 참찬관(參贊官) 이완용(李完用), 도쿄서리공사(東京署利公使) 김가진(金嘉鎭) 등과 함께 항구 내 여러 곳을 두루 구경하였다.

늦게 참찬관 이완용의 뇌명첩(賚名帖)을 보내서 미국영사에 회답을 하고 청(淸)나라 영사 완조당(阮祖棠)을 찾아가니 조금 뒤에 완조당이 통역관 심탁(沈鐸)을 데리고 와서 만나보았다.【영어 통역.】 이어서 바로 작별하였다.

오는 26일에 요코하마에서 미국으로 출발한다는 뜻으로 내서(內署)에 전보를 쳤다. 또 26일에 미국으로 향하는데 조신희(趙臣熙)는 20일에 나가사키를 통과한다는 뜻으로 홍콩에 있는 민영익(閔泳翊)에게 전보를 쳤다.

밤늦게 홍콩에서 민영익의 전보가 왔는데 중궁전하의 병환이 회복됐다고 하니 멀리서 다행함을 금할 수 없다. 5국공사 조신희가 이미 홍콩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26일 맑다가 늦게 비바람. 오전 입시에 동참찬관 이하의 모든 인원【안달(安達)이 또한 그 처자를 데리고 와서 같이 탔다.】이 미국으로 출발하려고 배를 탔다.【홍콩에서 타고 온 배의 이름은 ‘오순닉로(澳順溺路)’다.】 일본 도쿄에 주차(駐箚)하던 미국공사 합발애더가 그때 참찬관의 뇌명첩을 보내서 미국영사 제라드 씨에게 주고 함장 근래수이(斤來受爾) 와 미국 상인 모래(毛來) 씨【바로 인천항에 와 있는 타운선(他雲仙)의 화주(貨主)라 한다.】가 모두 선상에 와서 작별하였다.

사시(巳時) 정각에 배가 떠서 동남방으로 향하는데 큰 풍랑이 일어서 배가 흔들리니 실로 난감하였다.

27일 바람이 불고 비가 오다 갬. 바로 배가 가는데 이제부터는 태평양이다. 하늘과 물이 서로 닿아서 사방을 바라봐도 일점의 산도 없다. 배의 격동함은 어제보다도 더욱 심했다.

28일 바람이 불고 비가 오다 갬. 배는 바로 가는데 배가 격동함은 어제와 같았다.

29일 바람이 불고 비가 오다 갬. 배는 바로 가는데 배가 격동함은 어제와 같았다.

30일 바람이 불고 비가 오다 갬. 배는 바로 가는데 배가 격동함은 어제와 같았다.

11월

초1일 활짝 갬. 배가 가는데 자못 평온하게 되었다.

초2일 갬. 배가 가는데 해면에 한 작은 섬이 나타났다. 선원에게 물으니 산호도(珊瑚島)라 하는데, 주민은 없고 석탄만 저장하는 곳이 있어 혹 배가 바람을 만나면 잠시 들어가 정박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 너른 바다는 바로 동서 반구가 서로 양분되는 곳이다. 그러므로 서반구에서 해가 빠지면 동반구에서 해가 뜨니 비록 하룻밤을 자도 역시 같은 날이라고 한다.

초3일 개고 비가 내림. 배는 가기만 한다.

초4일 갬. 배는 가기만 하는데 풍랑이 잦아들고 배는 평온하게 되었다.

초5일 갬. 배는 가기만 한다.

초6일 개고 비. 오전 8시 정각에 와화도(瓦和島)를 지나 미시(未時) 정각에 삼유사도(維斯島)를 지나니 이것은 다 하와이국에 속한 섬이다.

해시(亥時) 초에 하와이국의 호놀루루항에 정박하였다.【요코하마에서 여기까지는 영국 단위로 3,494마일인데 우리 리(里)수로는 10,485리.】 사소한 하물을 내리고 싣기 위해서 잠시 정박하는 곳이나 밤이 깊어서 상륙해 구경하지는 못하였다.

하와이국은 바로 태평양 중에서 15개의 섬이 합쳐서 된 한 소국인데, 국도(國都)와 항구가 한 곳에 서로 인접해 있었다. 적도의 북쪽 20도에 있기 때문에 태양열이 매우 심해서 산에 가득한 녹음과 연안의 방초는 바로 5월 같은 기후이다. 특산물은 설탕이고 인종은 흑인이며 본래 부유한 섬이라고 한다. 일찍이 40여 년전에 영국인이 와서 전쟁을 해서 인민에 손상이 많았는데 미국의 보호조약을 힘입어서 강화(講和)를 하였다. 이어서 고래잡이를 하다 익사하거나 천연두 같은 전염병으로 인해 인민의 사망자가 40여만이나 되어 인종이 매우 드물어졌기 때문에 서구와 아시아 각국의 이민을 허용하였다. 현존한 인구는 56만에 불과한데도 오히려 독립국으로서 황제가 있어 만국과의 교섭에서 동등한 지위에 있다 한다. 항구에는 ‘모우나루아’라는 화산이 있는데 언제나 산 위에는 연기가 난다는 것이다.

정박한 뒤에 이 항구로부터 의사【영국인】 하나가 선내에 들어와서 중등ㆍ하등인에 대하여 여러 가지 질병의 유무를 검사하였다. 비록 종두를 맞은 사람도 상륙을 못 하게 하니, 대개 이 나라 사람들은 천연두를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규정상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초7일 개고 바람이 붐. 축시(丑時)에 취항을 해서 동북방으로 나아갔다.

초8일 개고 바람이 붐. 계속 항진.

초9일 개고 흐리고 바람이 붐. 그대로 배는 가기만 한다.

초10일 개고 흐리고 바람이 불고 밤에는 비. 배는 가기만 한다.【이날 밤은 크리스마스 전야】 내일은 바로 양력으로 12월 25일이어서 예수의 생일이다. 서양의 각국은 이날이 1년 중에서 최대 명절이기 때문에 함장이 선내에서 각국의 국기를 달고【승객의 국적인 국기만 달기 때문에, 우리나라,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여섯 나라의 국기뿐이다.】 연회를 벌려 가무를 하다가 새벽에 파했다.

11일 개고 흐리고 밤은 비. 배는 가기만 한다. 정오에 갑판 위에서 갑자기 징 치는 소리가 났다. 선내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일시에 놀란 듯 소란하여 혹은 수통을 들고 혹은 기계를 들고 가기에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선원에게 들으니 이것은 불을 끄는 방법을 불시에 연습하는 것이라 한다.

이날은 바로 예수의 생일이라고 하나 당일에는 별로 연회도 열지 않고 다만 만찬만 성대하게 할 뿐이다.

12일 개고 흐림. 배는 가기만 한다. 저녁 무렵부터 파도가 극심하여 배가 흔들려 견디기가 어려웠으나 여기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통칭 ‘험양(險洋)’이라 하여 비록 바람이 없어도 언제나 이렇다고 한다.

13일 개고 흐리고 밤은 비. 배는 가기만 하는데 배의 동요는 어제보다도 더하였다.

14일 비가 오다 늦게 갬. 하와이에서 출항하여 배로 며칠을 오면서 다만 하늘과 물만 망망하게 보일 뿐이었다. 오전 8시가 되어 멀리 동북방을 바라보니 산이 점점 가까워지는데 이곳이 미국의 입구로서 캘리포니아 주 경계이다. 좌우로 산과 섬이 혹은 끊기고 혹은 이어져서 그 위에는 포루(砲壘)와 등대가 곳곳에 놓여 있으니, 과연 이것은 변문(邊門)을 무겁게 잠근 것이다. 여기서부터 우리 국기를 내걸었다. 오후 2시에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정박하였다.【하와이에서 이곳까지는 영국 단위로 2,100마일이고 우리 리(里)수로는 6,300리이다.】 요코하마에서 이곳까지는 항로가 셋이 있는데 제1항로는 적도 북쪽 50도를 따르는 것이요【영국 단위로 4,600마일】, 제2항로는 적도 북쪽 55도를 따라 수령(水嶺)을 건너는 것이며【영국 단위로 4,700마일】, 제3항로는 적도 북쪽 20도를 따라서 하와이국을 경유해 오는 것이다【영국 단위로 5595마일】. 이번에는 제3항로를 따라서 돌아온 것인데 이것은 하와이에서 하물을 내리고 싣기 위해서였다.

정박한 뒤에는 본항의 의사가 선내에 와서 검사를 하는데, 청(淸)나라 사람 하나가 천연두를 앓고 있어 전염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승객들까지도 모두 상륙을 못하게 하였다. 대개 미국은 원래 국법이 이러하기 때문에 부득이 선내에 그냥 있었다.

15일 비가 내리고 흐림. 그대로 선내에 있었다. 천연두를 앓는 청나라 사람 때문에 상륙할 기일은 아직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부미전권대신(赴美全權大臣) 박정양(朴定陽)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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