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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한말씀만 더 드리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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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6-03-28 10:28 조회1,7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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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와 선조에 대한 문제는 대체로 저의 의견에 동의하시는 것 같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하지요.

다만 족보와 세보에 대해 몇 마디 첨언하고자 합니다. 우선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서 사실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구분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과거에는 "다다"라고 말하던 것이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아주 연세 높으신 분들을 제외하면 "다다"라는 말은 쓰이지 않게 되고 대신 "카카"라는 말이 쓰이게 되었다고 합시다. 다시 말해서 "다다"는 폐어(廢語)가 된 것이지요. 예를 들어, 100이라는 수를 옛날에는 "온"이라고 했지만 오늘날에는 "백"이라고 합니다. 지금 "온"이라고 하면 고어를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가 없겠지요.

둘째, 똑 같은 (또는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두 낱말, 예컨대 "오찬"이라는 낱말과 "점심"이라는 낱말을 생각해 봅시다. 두 말할 것 없이 "점심"이라는 낱말은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흔히 사용하는 낱말입니다. 그러나 "오찬"이라는 낱말을 알고 사용하는 사람은 훨씬 숫자가 적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오찬"이라는 낱말은 위에서 언급한 "온"이라는 낱말과는 그 성격을 달리 합니다. "온"이라는 낱말은 폐어가 되었지만 "오찬"이라는 낯말은 비록 그 사용 빈도가 제한되어 있지만 폐어는 아닙니다.

위에서 제시한 대로 족보/세보를 구분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은 바로 두번째 경우입니다. "족보"도 "세보"도 폐어가 아닙니다. 일반 대중의 인지도의 차이일 뿐 결코 어느 한쪽이 폐어가 된 것은 아니지요. 양자 모두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는 용어입니다. 그런데 두 단어는 의미가 거의 같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족보"라는 말이 "세보"라는 말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말이란 원래 자주 사용하고 일상화되다 보면 거기에 따라 세속화의 과정을 밟게 된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화투판에서도 "족보"라는 말을 쓰니까 말입니다. 어떤 낱말이 세속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흥미롭게도 언중들의 머리 속에서 그 낱말의 격(格)이 낮아진다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가령 청와대에서 외국 손님을 위해 베푸는 "점심"은 꼬박 꼬박 "오찬"이라고 합니다. 왜 이해하기 쉽고 널리 쓰이는 "점심"이라는 낱말을 사용하지 않고 "오찬"이라고 할까요? (좀 우스운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낱말의 격이 다르다고 생각하지요. 즉 "오찬"이라고 하면 뭔가 평범하지 않고 고상하고 격이 높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어느 의미에서 "언어의 허영"일 수도 있고 나아가서 "현학적"(衒學的)인 속물주의일 수도 있습니다만 현실이 그런 걸 어떻게 합니까?)

족보와 세보의 관계가 바로 이러한 범주에 든다는 것입니다. 다 같이 한자어이기는 하지만 "족보"는 일상용어가 되면서 세속화 과정을 거쳤으나(단, 임오보 때는 "족보"도 아마 세속화가 덜 되었겠지요) "세보"는 아직까지 그러한 세속화가 덜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격이 좀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줄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빈도는 "족보"라는 말이 훨씬 높지만 많은 씨족들의 실제 족보의 명칭을 보면 "세보"라는 말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런 곳에 있다고 판단됩니다. (아울러 조선 왕조 임금들의 족보인 선원계보기략(璿源系譜記略)을 선원록 또는 선원세보라고도 부르는데 아마 이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자신의 개인적 견해는 이미 밝혔듯이 어느 쪽을 사용해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초기에는 "족보"라고 썼던 것이 "세보"로 바뀐 것이라든가 압도적 다수의 가문에서 "세보"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를 좀더 고려해 보자는 것이 저나름대로의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세보"보다는 "족보"가 훨씬 더 익숙한 용어인 것은 틀림 없으나 위에서 살펴본 바에 따라 조금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세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그야말로 족보와 같은 전통적인 전적(典籍)에는 더 어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 것입니다. 결정은 물론 대종중에서 하시겠지요. 한번 더 말씀드립니다만 "족보"이든 "세보"이든 큰 문제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글 전용 문제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 보도록 하지요. 저도 한글 사용에는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러나 한글 "전용"은 문제가 좀 있을 것 같군요. 우선 동명이인이 수없이 나타나게 될 것이고 옛 관직이나 행적 표현을 순전히 한글로만 표기하면 오히려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게 될 위험이 있을 것 같군요. 제 생각으로는 한자를 쓰되 필요한 경우 한글을 병기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가능하다면) 아주 어려운 내용일 경우 간략하게 한글로 설명을 붙이는 방법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앞 쪽의 서문 등은 현대적인 말로 번역을 붙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요. 그러나 족보/세보라는 것이 원래 과거 사실 기록이 주가 되므로 다소간의 보수적인 형식을 유지하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대에 따라 변화를 해야 하기는 하지만 과격한 변화는 어려울 것 같지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세 승주 근서.
사과 말씀: 이 홈페이지에 올린 제 글들이 본의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는 듯하여 대단히 두렵고 또한 송구스럽습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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